잼버리 실패는 경영의 실패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잼버리 대회 운영 실패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조직(organization)'이 무엇인지 부터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조직은 그 자신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조직은 수단이다. (…) 조직의 목적은 개인과 사회를 위해 구체적인 공헌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조직의 성과는 언제나 그 외부에서 측정되고 규정될 수 있다."
과거 피터 드러커가 조직 이론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조직에 대해 새롭게 정의한 내용이다. 드러커에 따르면 조직은 어떤 특수한 목적에 의해 설립되고, 그 성과는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조직은 관리되고 경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조직에 관리 이론을 접목시킨 이유는 19세기 이후 지나치게 커진 정부 역할에 따른 부작용을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정부는 능력이 부족한 경영자다. 정부는 필연적으로 절차 지향적이 될 수 밖에 없는데, (…) 정부는 '관료주의적'으로 되는 것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정부'란 근본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그것들이 목표를 달성하도록 만드는 기관이다. 사회적으로 보면 정치적 에너지를 집중하고 선택하는 곳이다. 즉 정부의 목적은 '통치(governig)'다.
이것은 '집행(doing)'과 양립할 수 없다. 통치와 집행을 대규모로 통합하려는 시도를 하면 그것은 의사결정능력을 마비시키고 만다. 따라서 드러커는 정부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통치와 집행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목적(=분권화 decentralization)은 중간관리자에게 각각 그 사명과 목표를 주고, 그 활동범위와 자치권을 주어 '집행'을 맡김으로써, 최고경영자가 의사결정과 방향제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만약 이 교훈을 정부에 적용한다면, 그 경우 사회의 다른 기관들은 당연히 '집행자(doer)'가 될 것이다."
이같은 정책을 드러커는 '민영화(또는 '재민영화' reprivatization)'이라고 이름 붙였다. 드러커는 민영화의 주체로 가장 적합한 것은 기업이라 주장했다.
"기업은 그런 모든 기관중에서 관리하기가 가장 쉽고 결과와 투입된 노력의 비용 사이에 우리가 올바른 균형을 잡기가 가장 쉬운 기관이다. 기업은 통제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감정에 흐르거나 도덕적 이슈에 흔들릴 필요가 없는 유일한 기관이다."
(...)
"기업이 특별히 민영화에 적합한 이유는 그 본질이 특히 혁신 기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성공적인 개최로 현재 잼버리 대회랑 자주 비교되는 1991년 고성 잼버리 대회는 쌍용과 해태라는 민간 기업의 대대적인 지원이 있었다. 마찬가지로 성공적이라 평가받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역시 운영의 많은 부분을 민간 기업인 현대에 위임했다.
반면, 이번 새만금 잼버리 대회는 분권화가 보이지 않는다. 후원을 담당하는 기업(동아오츠카, GS25)은 음료와 위생용품을 지원하는 정도의 소규모 지원을 맡았다. 실제 이번 대회를 총괄을 맡은 여성가족부, 즉 정부 기관이자 정치적 기관이다.
이번 잼버리 대회의 운영 미숙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정부는 긴급히 군대를 투입하고 지역 의료 단체의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군대와 의료기관은 목적 달성에 특화된 대표적인 조직이다. 군대와 병원은 모두 '생명을 지키기 위해 창설된 조직'이다. 조직의 목적이 변하자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다름아닌 분권화다.
<참고>
피터드러커, <단절의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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