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오일쇼크와 정주영의 기업가정신
1975년 박정희는 정주영을 청화대로 불러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달러를 벌어들일 좋은 기회가 왔는데 일을 못하겠다는 작자들이 있습니다."
정주영이 물었다.
"무슨 이야기입니까?"
정주영의 물음에 박정희의 설명이 이어졌다.
"석유파동으로 유가가 올라 지금 중동 국가들이 벌어들인 달러를 주체하지 못한답니다. 그 돈으로 사회 인프라를 건설하고 싶어 우리나라에 건설 사업 참여 의사를 타진해왔습니다. 그런데 현장 조사차 보낸 공무원들이 돌아와서 한다는 이야기가 너무 더워서 낮에는 일할 수 없을뿐더러, 공사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물도 없어 건설을 할 수가 없는 나라라고 합니다. 안 된다는 이야기만 늘어놓아요. 정 회장이 상황을 한번 봐주시오. 만약 정 회장도 안 된다고 하면, 나도 포기하지요."
급히 사우디로 갔던 정 회장은 5일 만에 다시 청와대에 들어가 이렇게 보고한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더니, 하늘이 우리나라를 돕는 것 같습니다."
"무슨 소리입니까?"
"중동은 이 세상에서 건설 공사를 하기에 제일 좋은 지역입니다. 1년 열두 달 비가 오지 않으니 1년 내내 공사할 수 있습니다. 건설에 필요한 모래, 자갈이 현장에 바로 있으니 자재 조달도 쉽고요."
"물은요?"
"그거야 어디서 실어오면 되고요."(물은 기름을 우리나라로 싣고 와서 비우고 갈 때 유조선에 물을 채워갔다)
"50도나 되는 더위는요?"
"정 더울 때는 천막을 쳐서 낮에는 자고 밤에 일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정주영의 대답을 듣던 박정희는 비서를 불러 다음과 같이 명령했다.
"현대 건설이 중동에 나가는 데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도와줘!"
※ 현대 건설이 이때 중동에 진출한 이후 1979년까지 벌어들인 금액은 무려 51억 6400만 달러라고 한다.
-
정주영의 창의적인 문제해결 능력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2월 미군으로부터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께서 한국에 방문할 예정인데 부산 UN군 묘지에 잔디를 깔 수 있겠습니까?"
당시 UN군 묘지는 전시상황이라 묘지를 돌 볼 경황이 없어 흙바닥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미군은 대통령이 방문하기 전에 황량한 느낌이 드는 묘지를 정비하고 싶었지만 때는 한겨울이었다. 다른 나라라면 모르겠지만, 한국의 여건상 추운 겨울 날씨에 푸른색 잔디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모두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주영은 물러서지 않고 다음의 조건을 하나 걸었다.
'공사비 3배'
그는 바로 트럭을 준비해 낙동강으로 갔다. 그곳은 이제 막 푸른 새싹을 피우기 시작한 보리밭이었다. 정주영은 3배의 공사비로 30여대의 트럭을 동원해 보리밭의 보리싹을 옮겨 담았다.
정주영은 보리싹을 다시 UN군 묘지에 심었고, 보리싹 덕분에 UN군 묘지는 한겨울에도 푸른색을 띠게 되었다. 미군들은 정주영의 아이디어에 감탄했고, 이 사건 이후로 미군은 공사를 발주할 일이 있을 때마다 현대건설을 찾았다.
※ 당시 현대는 미군이라는 확실한 협력사를 확보한 덕분에 전쟁이라는 국가적 재난상황에도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
강남 침수로 보는 두 거물의 일화
강남은 원래 과거부터 침수가 잦은 지역이었다고 한다. 수도에 침수취약 지역이 있는게 불편했던 박정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당시 최대 라이벌이었던 정주영과 이병철을 불러 다음과 같이 지시한다.
'침수를 해결할 댐 건설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라'
댐 건설을 하게 되면 엄청난 이익이 보장되기 때문에 두 회장은 바로 댐건설에 대한 내용을 비서실에 알린다.
특히 삼성의 이병철은 세계적인 댐 건설 전문가를 섭외하는 등 엄청난 비용을 들여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이런 노력 덕분에 댐 건설을 맡을 회사는 삼성으로 정해졌다.
현대 직원들은 초상집 분위기었지만 정주영은 웃는 얼굴로 축하를 전하는 등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모아둔 자금으로 즉시 강남의 노른자땅을 모조리 사들이기 시작한다.
삼성의 댐 건설 이후 강남은 압구정을 중심으로 급격히 발전을 거듭한다. 그리고 현재 강남의 코엑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 등이 들어선 자리는 당시 정주영이 강남의 발전을 예상하고 매입한 땅이라고 한다.
'경영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가경제의 성장 원리 (0) | 2023.09.01 |
---|---|
가격인하 정책을 함부로 하면 안 되는 이유 (0) | 2023.09.01 |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 (0) | 2023.08.22 |
창의적 문제 해결자들의 특징 (0) | 2023.08.18 |
경영은 왜 경제경영으로 분류될까? (0) | 2023.08.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