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적 단순화가 필요한 이유
2013년 <사이언스science> 지에 실린 하버드 경제학 교수들의 연구에 따르면 인지 자원 부족이 빈곤층에게 부적절한 의사결정을 하도록 이끈다고 밝혔다.
실제로 사회경제적으로 지위가 낮은 사람들이 약속 시간을 지키지 않는 경향이 높고, 고소득 층에 비해 업무 집중력도 낮으며, 재무 계획을 세우지 못한다는 연구도 있다. 심지어 이들은 정해진 약을 복용하는 것도 귀찮아 하거나 잊어버리고 안 먹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전에는 이런 문제들이 주로 '교육 부족'이 원인으로 꼽혔다. 가난한 이들은 몰라서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연구를 진행한 심리학자들은 빈곤에 할당된 '정신 과정mental process(정보를 처리하는 심리적 과정)'에 초점을 맞추었다. 빈곤은 그 자체로 정신을 소비하는 조건이고 돈 걱정에 정신이 분산되도록 하여 장기적인 계획 수립에 필요한 주의력을 줄여버린다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빈곤의 인지적 영향이 하룻밤을 꼬박 새운 상태, 혹은 IQ 수치에서 13을 뺀 것에 해당한다고 한다. 즉 '빈곤'은 사회적 하층민이 경제력뿐 아니라 지적 자원의 부족까지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지적 결핍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예를 들어 저소득층은 은퇴 연금 가입률이 낮다. 때문에 이들은 대부분 퇴직 후 경제력이 부족한 상태에 놓인다. 그런데 저축 부족이 낮은 소득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면 어떨까? 실제로 통계를 보면 저축 프로그램에 강제로 가입된 저소득층은 해지할 자유가 있음에도 은퇴까지 저축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오로지 돈이 문제가 아닌 것이다.
우리는 늘 선택을 하면서 살아간다. 그리고 선택이 곧 우리의 미래를 만든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위의 연구처럼 선택에 대한 결정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미래가 결정되어 버리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미래를 계획하는 데 집중하기 위한 정신 능력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우리는 선택에 영향을 주는 환경적 요인을 미리 차단할 필요가 있다. 평소에도 높은 '주의력'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애플의 전설적인 경영자였던 스티브 잡스나 마크 주커버그와 같은 실리콘밸리의 유명 경영자들이 평소 같은 옷만 입는 것(검정색 목폴라 티, 회색 니트와 청바지 같은)이 주의력 집중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은 매일 아침부터 어떤 옷을 입을지에 고민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결정을 매번 내려야 하는 경영환경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또한 미국의 오바미 전 대통령도 평소 회색이나 푸른색 양복만 입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무엇을 먹을지 혹은 입을지에 대해서 까지 고민하고 싶지 않습니다. 결정해야 할 것이 이미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무의식적 인지 활동에 대해 이미 알고있던 사람들은 평소의 생활습관에도 단순화를 추구한다. 그리고 이런 단순화는 높은 판단력으로 이어져 이들의 업무나 경제적 상황에서 보다 나은 성과를 올리곤 한다.
만약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이 새해 몸짱이 되길 다짐했거나 꼭 성공해야 하는 회사의 프로젝트가 있다면 이런 단순화 전략을 사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일과 생활의 프로세스를 단순화하는 것 만으로 우리의 판단력과 지능이 올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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