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에 술을 빚어 봤는데, 몇 번을 도전했지만 생각보다 잘 안 됐다. 온도 탓인지, 용기 소독이 덜 된 탓인지 술이 계속 쉬어버렸다.
술을 잘 빚는 사람을 명인名人, 또는 장인匠人이라 한다. 이처럼 특정 분야에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을 도가 텄다고 말한다. 나는 경영도 일종의 도를 닦는 작업이라 생각한다.
발효와 경영은 닮은 것이 많다. 여러 요소들이 적절히 배합되고 온도 등이 잘 맞아야 한다. 금방 결과가 나오지 않아 인내가 필요하다. 제아무리 이론을 공부해도 실제 벌어지는 일들은 당최 예측이 힘들다. 실패를 했는데도 뭐가 잘못됐는지조차 모를 때가 많다.
가을에 다시 제대로 술을 빚어보려 했는데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금세 겨울이 와 버렸다. 겨울에 빚은 술이 풍미와 맛이 좋다고 하는데 지금 내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다.
약간은 아쉬운 마음에 멍을 때리다 문득 오븐겸용 전자레인지가 눈에 들어왔다. 지난해 이사할 때 에어프라이기가 고장 나서 산 건데 잘됐다. 그냥 빵을 빚자(?)고 마음먹었다.
어쨌든 빵도 발효니까.
사실 빵 만드는 기술은 (능력 쥐뿔도 없는 백수 시절)과거 여자친구한테 잘 보일라고 익혀뒀었다. 유튜브를 참고하려고 영상을 켰더니 세삼 참 좋아졌다는 것을 느꼈다. 나 대학 다닐때만 해도 빵 만드는 이런 고급 정보들 얻으려면 고생 꽤나 했었는데.
어쨌든 만들고 나니 생각보다 완성품이 나쁘지 않았다.(아직은 녹슬지 않았군) 맛도 괜찮았다.
아, 참고로 난 집에 전동거품기 같은 문명적 도구는 없다. 20분동안 휘핑치다보니 잡생각이 사라진다. 도를 닦는 기분이 든다. 그 옛날 선비들이 사군자를 그리기 전에 왜 먹을 한참 갈았는지 알 것 같기도 하다.
쓰고 나니 발효 이야기인지, 빵 이야기인지 뭔지 모르겠다. 어쨌든 마음이 어지러울 땐 본업 외에 다른 것을 해봐도 도움이 된다.
도를 닦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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