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에 도장 찍을 확률을 120% 올리는 법

손실회피를 활용한 협상전략

 
당신이 지난 주말에 산 로또가 1등으로 당첨됐다고 가정해 보자. 그리고 당첨된 금액을 찾기 위해 은행을 가다가 이번엔 실수로 로또 용지를 잃어버렸다고 해보자.

이때 당신의 기분은 어떨 것 같은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서 좌절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따지고 보면 그저 로또가 당첨되기 이전으로 돌아간 것 뿐인데도 말이다. 

이처럼 인간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을 더 고통스러워 한다. 이걸 심리학에서는 '손실회피'라고 부른다. 이 손실회피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면 협상 상황에서도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음은 실제로 손실회피 전략을 활용해 협상을 성공으로 이끈 사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일 때 일이다. 이명박 시장은 당시 별명이 '불도저'일 정도로 업무 추진력이 높은 인물로 유명했다. 이런 그도 골치를 썩히던 일이 있었는데 바로 청계천 재개발 사업이다.

청계천 공사는 시작도 전부터 난항이었는데, 공사 일정이 잡히고 난 뒤에도 계속된 청계천 상인들의 반발 때문이었다. 당시 상인들은 보상금으로 10조 원이라는 거액을 요구했고 서울시는 그만한 예산을 수급할 방법이 없었다.

서울시는 상인들을 상대로 여러 당근책을 내놓았지만 상인들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협상이 지지부진해고 공사가 자꾸 미뤄지자 서울시는 상인 대표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이번 협상은 결렬된 것으로 하겠습니다. 청계천은 복원하지 않겠습니다. 그 대신, 다들 알고 계시죠? 전임 시장 때 청계고가가 너무 낡아서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었죠. 이참에 청계천 고가도로나 전면 보수해야겠습니다. 참고로 공사기간은 3년 정도입니다."

만약 청계고가 보수공사가 시작된다면 상인들은 어떻게 될까? 공사기간 동안 교통은 통제될 것이고, 교통이 통제되면 인적이 끊기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청계천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지 않아도 어차피 장사가 힘들어질 것이 뻔했다.

결국 상인들은 서울시의 제안을 받아들이게 된다. 서울시는 상인들이 협조를 하지 않을 때 발생할 손실을 강조함으로써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 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듯 상대방이 잃을 것을 강조해 협상의 분위기를 바꾸는 것은 유능한 협상가들이 자주 이용하는 방법이다. 특히 상대가 잃을 것이 많다면 더욱 효과가 강력해진다.

나 또한 사업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손실회피 전략을 자주 이용했다. 일반적으로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제휴 미팅 건으로 협상을 하다보면 거래처에서 계약을 맺기 부담스러워 하는 경우가 많다. 까딱 잘못되면 신규 업체를 선택한데 따르는 실패의 리스크를 해당 담당자가 전부 짊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거래를 마무리 지어야 할 타이밍이 오면 상황을 빠르게 정리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손실회피 전략을 이용했다. 대게 아래와 같은 그림을 보여줬는데 그래프는 이전에 내가 맡아서 진행했던 기업의 성과를 시각화한 자료다.

출처 : <선베이글> 제휴사 트래픽 자료

트래픽이 상승하고 있는 막대그래프는 우리 회사가 맡아서 관리했을 때의 모습이다. 중요한 건 우측에 보이는 하강 그래프다. 빨간색 화살표 이후 표시된 구간은 우리 회사와 제휴를 마치고 벌어진 상황을 기록한 것이다. 

그리고 하강한 트래픽 만큼 손실될 금액에 대해 언급한다. 이때 핵심은 자료를 보여주는 타이밍이다. 상대방이 고민하고 있는 시점에 맞춰서 우리와 계약을 진행하지 않을 때 벌어질 손실의 위험성을 경고해야 한다. 그 이후 우리와 계약할 때 얻을 추가 이익을 설명해주는 것이다.

이런 프레임워크로 피티를 준비했을 때는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확연히 계약의 성공율이 올라갔다. (바로 계약을 하지 않아도 매우 긍정적인 신호들이 나타났다. 예를 들어, 우리 회사와 제휴를 맺게 됐을 때 진행될 구체적인 전략에 대한 질문 등)

요약하면 손실회피 전략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1) 상대적으로 협상력이 약한 쪽이 순식간에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다.
2) 상대에게 다른 대안을 생각할 여유를 빼앗아 협상을 빠르게 마무리할 수 있다.
3) 혹시 협상이 결렬되더라도 상대방에게 손해를 느끼게 만들어 추후 재협상 제의가 오게 만들거나, 재협상 시 유리한 위치에서 다시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