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에게 싫은 소리 한번 제대로 못하는 리더들에게
드라마 <스토브리그>를 보면 주인공인 백단장이 취임하기 전, 전임 단장에 대한 일화가 나온다.
전임 단장은 성실하고 온화한 성격을 가진 인물이다. 그는 훌륭한 인품답게 조직원들에게 사랑받는 리더였다. 그러나 그는 결국 성적 부진의 책임을 안고 떠나게 된다.
그는 결과적으로 무능했다. 전임 단장이 떠난 자리는 관리자들의 부패와 파벌, 그리고 무기력 증에 시달리던 조직원들만이 남아있었다. 최후에 구단이 매각되는 빌미를 제공하는 것도 이때의 문제들이 표면으로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그는 사랑받는 리더였을지 모르지만 정작 조직의 수많은 문제들에 대해서는 방관했다. 이처럼 온정주의에 빠져 조직을 망가뜨리는 리더를 손자(孫子)는 다음과 같이 비판한다.
"장수가 졸병을 지나치게 후하게 대하여 부릴 수 없게 되고, 사랑이 한도를 지나쳐 명령이 통하지 않으며, 기강이 문란해져 다스리지 못한다면 이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방자한 자식과 같아 사용할 수 없다."
- <손자병법>
손자에 따르면 리더는 사랑이 아니라 규율로 조직을 관리해야 한다. 정치학 고전인 <좌전>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화가 나온다.
정나라 '자산'(춘추시대 정나라 정치인으로 흔히 '정자산'으로 알려진 인물)이 병이 났다. 자산은 '자대숙'에게 당부했다.
"내가 죽으면 그대가 정치를 맡게 될 것이 틀림없다. 덕 있는 자만이 너그러움으로 백성을 따르게 할 수 있다. 그다음은 엄격함으로 대하는 것이 상책이다. 대처 불이 뜨거우면 백성이 이를 보고 두려워한다. 그러므로 불 때문에 죽는 자는 드물다. 물이란 약해 보이므로 사람들이 업신여겨 물장난을 하다가 죽는 자가 많다. 너그럽게 다스리는 것이란 어려운 일이다."
자산이 죽은 후 자대숙은 그 뒤를 이어 재상의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그는 자산이 말한 엄격함을 버리고 너그러움으로 정치를 했다. 그러자 사회 전체가 이내 혼란에 빠지고 도적이 벌떼같이 일어났다. 그제야 그는 너그러움을 버리고 엄격하게 다스려야겠다고 결심했다.
<좌전>은 자대부의 사례를 들어 덕에 의한 통치가 엄격함만 못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 역사적으로 위대한 리더로 꼽히는 사람들을 보면 온화함과는 거리가 멀었던 경우가 더 많다.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연합국 사령관 조지 패튼이나 영국의 윈스턴 처칠 등은 덕장과는 거리가 먼 인물들이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또한 특유의 괴팍함에도 불구하고 20세기 가장 혁신적인 기업을 만든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같은 사실은 우리가 리더에게 기대하고 있는 도덕심이나 윤리적인 모습들이 실은 좋은 리더십과 별로 상관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계적인 경영 사상가 중 한명인 프레드문트 말릭은 이처럼 리더십에 대한 과도한 이상론에 빠져있는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나는 기업이나 조직의 경영과 관련해서 도덕적인 부분에 중점을 두지 않는다. 도덕성은 효율적 리더를 위한 결정적인 요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효과성을 얻기 위한 열쇠는 존재가 아니라 행위, 즉 행동하는 방식에 달려 있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가 아니라, 그 사람이 어떻게 행동하는지가 중요하다."
- <경영의 본질>
리더란 조직의 목적 달성을 위해 선택받은 특수한 존재다. 따라서 말릭의 표현처럼 리더는 '어떤 사람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성과를 만들어내는가'로 평가 받아야 한다. 목적을 달성하는 것, 그 외에 어떠한 것도 리더의 존재 이유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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