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정의의 중요성
몇 달 전 친한 후배에게 연락이 왔다. 어머니가 작년에 게장 사업을 시작했는데 도무지 장사가 안돼서 망할 것 같다는 것이었다. 나보고 와서 뭐가 문제인지 봐달라고 했다.
일단 어머니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자고 하고 미팅을 잡았다. 어머니는 낮은 일일 주문수 때문에 남는 게 없다고 말씀하셨다.(주로 배달 앱을 통해 장사를 하고 계셨다.)
게장을 먹어본 사람은 대체로 평이 좋았다. 심지어 가격도 싼데 왜 이렇게 장사가 안 되는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긴 시간 여러 이야기를 나눠보고 내가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가격'
주문수가 문제가 아니었다. 원가대비 상품 하나를 팔아서 남는 이익이 채 40퍼센트가 되지 않았다. 임대료나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적자를 면하기 힘든 구조였다. 이런 상태로 반년을 넘게 버텨왔으니 이제 폐업까지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단 원가 계산부터 다시 해서 메뉴를 전부 리뉴얼했다. 메뉴를 몇 가지로 통일하고 원재료 값이 상품 가격의 40퍼센트를 초과하지 않도록 전부 다시 조정했다.
리뉴얼 된 가격을 보자 어머님은 '올라간 가격 때문에 손님이 더 떨어질 것 같다고 불안하다'고 하셨지만 단호하게 말씀드렸다.
'가격 변동 없이 이대로 가면 어차피 세 달을 버티기 힘드실 겁니다.'
결국 메뉴와 가격 리뉴얼을 결정하고 한, 두 달 지켜보기로 했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주문수는 오히려 예전보다 늘어났다. (이게 가격의 함정이다. 무조건 싸다고 잘 팔린다면 왜 사람들은 명품샵에 줄을 서겠는가.) 또한 마진율도 높아졌으니 이익은 훨씬 늘어났다.
상황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자 어머니는 나에게 조심스럽게 말씀하셨다.
'가격을 올렸는데도 재구매 고객이 있네요? 이 사람들한테는 뭔가 더 얹어 줘야 하지 않을까요?'
'훌륭합니다. 단골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대신 소진할 재료가 남았다면 그걸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일 겁니다.'
'그럼 메뉴 정리하면서 남은 김부각하고 계란장을 서비스로...'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은 '진단'이다. 상황을 단순하게 정의내리면, 그 다음 해야할 일도 분명해 진다.
어머님은 문제가 단순해지자 단골 확보에 필요한 구체적인 전략을 바로 생각해 내셨다. 고객 니즈에 대한 세부적인 솔루션은 현장에 계신 어머니가 비전문가인 나보다 훨씬 더 감각적일 수 있다.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가장 시급한 문제부터 풀어나간다.' 이것이 전략의 시작이다. SNS 마케팅, 가격 할인 행사, 키워드 광고같은 것들은 모두 처방이다. 처방은 문제를 정의한 그 다음에 이루어져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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